마트에서 1+1이나 대용량 상품을 보면 먼저 단가를 계산하게 된다. 100g당 가격이나 개당 가격이 더 싸면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인다. 그런데 가계에서 실제로 중요한 것은 산 가격이 아니라 다 쓰고 난 뒤의 가격이다.
싸게 산 물건도 유통기한 안에 다 먹지 못하거나,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거나, 보관공간을 차지하다 버리면 실제 소비단가는 올라간다. 그래서 묶음상품의 경제성은 표시 단가 하나가 아니라 실제 소비량까지 포함한 단가로 비교해야 한다.
표시 단가와 실제 소비단가는 다르다
가상의 두 상품을 비교해보자.
| 상품 | 가격 | 총량 | 표시 단가 |
|---|---|---|---|
| A 대용량 | 9,900원 | 1,000g | 9.9원/g |
| B 소용량 | 7,500원 | 700g | 약 10.7원/g |
진열대에서는 A가 약 7.5% 싸다. 하지만 A를 1,000g 사서 750g만 사용하고 250g을 버렸다면 계산이 바뀐다.
9,900원 ÷ 750g = 13.2원/g
반면 B를 전부 사용했다면 10.7원/g이다. 처음에는 A가 더 싸 보였지만 실제 소비단가로는 B가 약 19% 저렴해진다.
얼마나 버리면 대용량의 가격 우위가 사라질까
이것도 계산할 수 있다. 대용량 표시 단가가 9.9원/g이고 소용량이 10.7원/g이라면, 대용량을 몇 %까지 버려도 여전히 유리한지 손익분기점을 구할 수 있다.
실제 소비단가는 다음과 같다.
대용량 표시단가 ÷ (1 – 폐기율)
두 상품의 실제 단가가 같아지는 지점을 풀면:
9.9 ÷ (1 – 폐기율) = 10.7
계산하면 폐기율은 약 7.5%다. 즉 이 사례에서는 대용량 상품을 산 뒤 약 7.5%보다 많이 버리는 순간 가격 우위가 사라진다.
대용량이 20~30% 싸다면 허용 가능한 폐기율도 커지지만, 단가 차이가 5~10%밖에 안 된다면 생각보다 조금만 남겨도 소용량이 더 경제적일 수 있다.
식품이 아니어도 ‘사용 증가’가 숨어 있는 폐기다
샴푸, 세제, 휴지처럼 상하지 않는 상품은 버리는 일이 적다. 그래서 무조건 대용량이 유리해 보일 수 있다. 하지만 보유량이 많아지면 한 번에 사용하는 양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.
평소 세제를 월 1L 사용하던 가구가 대용량 구매 후 월 1.2L를 쓰기 시작했다면 실제 소비량이 20% 증가한 것이다. 물리적으로 쓰레기통에 버리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는 폐기와 비슷한 효과가 발생한다.
따라서 생활용품은 구매 전 최근 2~3개월 사용량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. “언젠가는 다 쓰니까 싸다”보다 이 물량을 평소 사용속도로 몇 개월 안에 소진할 수 있는가가 더 좋은 기준이다.
무료배송을 받으려고 더 사면 배송비를 절약한 것이 아닐 수 있다
온라인 쇼핑에서는 “5만원 이상 무료배송” 같은 조건 때문에 장바구니에 물건을 추가하기 쉽다.
예를 들어 필요한 상품은 42,000원이고 배송비가 3,000원이라고 하자. 무료배송을 받으려고 필요하지 않은 9,000원짜리 상품을 추가하면 결제액은 51,000원이 된다.
- 필요한 것만 구입: 42,000 + 3,000 = 45,000원
- 무료배송을 위해 추가구매: 51,000원
배송비 3,000원을 아낀 것이 아니라 6,000원을 더 쓴 것이다. 추가상품이 원래 살 예정이었던 제품이 아니라면 무료배송 조건은 할인이라기보다 추가소비 유도 조건이 된다.
쿠폰 할인율보다 최소구매금액을 먼저 본다
“10만원 이상 구매 시 20% 할인”은 최대 2만원을 절약하는 것처럼 보인다. 하지만 원래 필요한 장바구니가 7만원이었다면 할인 조건을 채우려고 3만원을 더 써야 한다.
10만원을 결제하고 2만원 할인받으면 최종 지출은 8만원이다. 필요한 물건만 샀다면 7만원이었으므로, 쿠폰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1만원을 더 지출한 셈이다.
쿠폰을 볼 때는 할인율이 아니라 다음 계산을 하는 편이 낫다.
쿠폰 사용 후 최종 결제액 – 원래 살 예정이었던 상품의 비용
결과가 플러스라면 할인으로 돈을 아낀 것이 아니라 소비를 늘린 것이다.
대용량 구매 전에 확인할 네 숫자
| 숫자 | 확인하는 이유 |
|---|---|
| 소용량 대비 단가 차이 | 대용량이 실제로 얼마나 싼지 확인 |
| 월평균 사용량 | 몇 개월 안에 소진할지 계산 |
| 예상 폐기·과소비율 | 표시 단가를 실제 소비단가로 변환 |
| 추가구매액 | 쿠폰·무료배송 때문에 소비가 늘었는지 확인 |
결론: ‘얼마에 샀나’보다 ‘얼마어치를 실제로 썼나’
1+1과 대용량 할인은 나쁜 것이 아니다. 사용량이 꾸준하고 보관이 가능하며 단가 차이가 충분하다면 확실히 비용을 줄일 수 있다.
다만 가장 싼 상품은 표시 단가가 가장 낮은 상품이 아니라 구매한 물량을 실제로 가장 적은 비용으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이다.
다음번에 대용량 제품을 집어 들기 전에 단가 차이와 함께 “몇 %까지 남겨도 이게 더 싼가?”를 한 번 계산해보면, 할인 때문에 오히려 지출이 늘어나는 일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.